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vol.9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팩트와는 동떨어진 주장을 펼치는거죠? 나중에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고 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며 일하다가 후배의 '팩트'라는 단어에 고개를 돌려 후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가 본 팩트는 뭔데?"
 "네? 당연히 '안좋다'는 거죠."
 "'안좋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본 건 아니고?"
 후배는 손까지 절래절래 흔들며 반색을 했다.
 "아니에요! 분명 여러 과학자들이나 환경 전문가들이 내세운 주장이고 그에 걸맞는 근거들이 있는걸요."
 "반대 의견은?"
 "아, 물론 반대쪽 의견도 있......죠..."
 "반대쪽 의견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거나 전문가들이 아닌가?"
 "반대쪽 의견도 그에 걸맞는 근거들이 있긴한데, 그리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고요."
 "그럼 너가 말하는 '팩트'라는 건 뭐야?"
 "하지만 분명 상식적인 거잖아요. 이게 다 정치적인 문제로 이끌어가려고.."
 후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너가 완벽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면 너의 생각도 맞을 수도 있지만, 결국 너도 모르게 정치적 소견을 가지고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을 수도 있어. 기사 제목을 만든다면 아마도 '모두가 반대했다. 그들만 빼고' 정도로 하고, 기사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일부 정치적 견해를 담은 이들만이 찬성을 하고 있다라고 짤막하게 시사하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아. 다만 나한테 유리한 것을 추구할 뿐이지. 그게 경제적인 것일 수도, 정치적인 것일 수도 있을 뿐인거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누가봐도 아니잖아요? 경제고 정치고 다 떠나서요."

 "나도 너하고 입장은 같은데,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만은 피하라고 알려주는거야. 예전에 강의 흐름을 막아서며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때 처음에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줄 알아서 반대하는 사람을 무시했어. 그리고 이 사업이 문제가 크다는 것을 알고 사업 자체를 욕하게 되었지.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이 사업은 여전히 찬반이 오가고 있어. 소히 전문가라는 사람들, 그 전문가들의 말을 담는 기사들 모두 자기식으로 해석할 뿐이라는 거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 말야 알고보면 내가 보고 싶어하는 사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거야."

 "제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졌다는 말이죠?"

 "아니, 너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아, 화장실 좀 가야 겠다."

 자리는 떠나는 나에게 끝까지 후배는 물었다.

 "그러니까 제가 틀렸다는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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