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Vol.7

 

 짜 냄새가 났다. 

 쌓여 있는 책들을 뒤로 하고 또 볼만한 책을 찾다가 베스트셀러에서 희한한 책을 봤다. 순위권도 높았다.
 자기계발서는 언제부턴가 거부감이 들었다. 대학시절에는 자기계발서를 읽기는 했다. '나도 이 책의 저자만큼 바뀔 수 있나'라는 희망을 가져서 였을까.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다보니 가리지 않고 보던 책 장르에서 자기계발서는 제외되고 있었다. 특히 시대의 흐름에 기대어 인기를 얻는 저자라면 더더욱 기피했다. 어쩌면 성공한 듯 보이는 저자에게 반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표면적인 생각은 자기계발서가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었다. 
 주식, 부동산 등등의 수익형 책들은 항상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누구든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싸해보인다. 새로운 단어(혹은 문장)를 독자에게 주지시킨다. 그 단어(혹은 문장)는 '아브라카다브라'처럼 뭐든 이뤄줄 것만 같다. 새로운 용어는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이자 재산이라고 책에서 주구장창 떠든다. 
 사기다. 

 이건 엄밀히 사기이고 기만이다. 물론 그들이 누군가에게 돈을 뺏거나 한 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시간과 돈을 들여 아무짝에도 쓸 데없는 것을 구매했을 뿐이다. 그들은 바보들에게 돈을 건네받았을 뿐이다.
 사람은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심리적으로 방어기제를 펼친다. 어쩌면 생각조자 하지 않고 바로 방어기제를 펼치기도 한다. 자신의 판단이 애초에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호수나 저수지 정도의 크기인데, 너무 가까이서 봐서 바다로 착각할 수 있다. 
 멍청한 판단이지만 자신을 멍청한 사람으로 절대로 남기고 싶지 않다. 
 인지부조화가 나타난다. 
 인지부조화로 자신의 행동을 자신 스스로 설득하고, 그러다보면 자기방어를 해야하니 확인편향적인 사고 방식을 갖게 되어 점점 더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여 그나마 있었던 비판적인 시각이 완전히 없어진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무리와 섞이다보면 군중심리에 빠져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을 배척하게 된다. 우물 속에 갇히는 것이다. 
 여론은 초기에 어떤 시각을 가진 이들이 선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해당 쟁점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느냐도 중요하다.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금방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여론마저 자신의 편이라 여겨지면 생각이 점점 더 고립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이들의 생각이 아무리 현실적이고 올바르다할지라도 받아들이기 보다는 무조건 배척하고 반대의 의견을 펼치며 자기자신을 더욱 그릇된 시각으로 사로잡히게 만든다. 
 이렇게 변화된 사람은 되돌리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마치 사이비종교에 빠져 주변의 만류에도 가산을 탕진하고 몸마저 바치는 이들을 아무리 설득해도 빼내오기가 힘들듯이 말이다. 
 더욱 웃긴 것은 사기를 치고 있는 당사자에게서 나오는 반응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그릇됨을 인지하고 그들을 속이려 거짓말을 하고 기만하며 자신을 포장해나가는데, 시간이 지나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생기고, 무언가에 사로잡혀 맹목적인 신임을 보이는 무리 속에서 추앙받다보면 어느샌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고, 자신들을 억압하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이유없이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게되게 된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사회의 모순을 부수고 있는 혁명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누가봐도 이상하다. 경력이라고 나오는 것이라봐야 결국 남들을 속여오며 벌어온 자산일 뿐이다. 마케팅은 결국 남을 속이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사회는 이런 식의 성공을 결코 포장해서도 따라해서도 안된다. 법에 저촉이 되지 않더라도 도덕에서 벗어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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